가면라이더 블랙 RX

MBS-TBS계 / 도에이 / 1988.10～1989.9 / 컬러 TV 시리즈 / 전 47화 / 출연 : 쿠라타 테츠오, 코노마키 쥰, 이노우에 고, 이무라 쇼코, 우에노 메구미

고 르곰을 쓰러뜨린 후, 평범한 젊은이로서 평화롭게 생활하고 있던 미나미 코타로의 앞에 괴마계에서 왔다고 하는 크라이시스 제국이 나타난다. 세계정복을 노리던 그들은 코타로에게 그들의 앞잡이가 되라고 강요하지만, 코타로는 이를 거부하고, 결국 제국은 코타로의 변신기능을 없애고 우주추방의 극형을 내린다. 하지만 우주로 날아간 코타로가 순수한 태양의 빛을 쏘이자 킹스톤이 그 빛에 반응. 코타로는 블랙 이상의 힘을 가진 블랙 RX로서 되살아난다. 그리고 그는, 멸망의 위기를 맞은 괴마계의 반란군들과도 손을 잡고 크라이시스 황제를 쓰러뜨리기 위해 새로운 싸움을 시작하는 것이다.

호평 속에서 끝난 전작 '블랙'의 쿠라타 테츠오를 계속해서 주인공으로 기용한, 라이더 사상 보기 드문 정통 속편 작품. 이미 선례가 있는 거대로봇 작품들과는 달리, 예전의 변신 히어로가 영구적으로 다른 히어로로 변해버리는 캐릭터는 일본 특촬에서는 이 블랙 RX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할 수 있다.

어 디까지나 가면라이더의 원점을 추구했던 전작과는 완전히 차별화를 선언하며, '우주형사' 시리즈의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이 'RX'는 작풍, 인물 설정 등 모든 면에서 블랙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이며 나아가서는 기존의 '가면라이더'라는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데까지 이르게 된다.

친구에게 칼을 들이대야 했던 비극의 개조인간에서 명쾌활발한 정의의 전사로 변한 RX는 킥이 아니라 검을 필살기로서 사용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전용 자동차도 탄다. 거기다가 위기의 상황에 빠지면 로보라이더와 바이오라이더로 변신해서 각각의 특수한 능력까지도 발휘한다.

거기다가 적은, 예전 라이더의 적이었던 비밀결사와는 차원이 다른, 50억의 주민을 가진 괴마계에서 온 본격적인 침략군이며, 그들에게 대항하는 레지스탕스나 지구인 희생자의 가족들까지 말려들면서, RX의 전투는 '우주형사' 시리즈를 초월하는 스케일로 확대되어 최종적으로는 두 세계의 생존을 건 대전쟁으로 비화되어 버린다.

이러한 여러가지 측면이 작용한 결과, 이후에까지 '최강의 라이더'로서 평가받을 만큼 종횡무진의 활약을 보여준 'RX'였지만, 이미 '가면라이더'라고 부르기에는 뭔가 너무나 다른 영역으로 빠져버린 이 작품에 대해서 팬들의 찬반양론 또한 뜨거웠고, 여기에 제작진은 절묘한 타이밍으로 이전의 '블랙'을 상기시키는 섀도우 문의 일시적인 부활극이나. 종반부의 11인 라이더의 전원 집합이라는 강화책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이 작품이 어디까지나 '가면라이더'임을 강하게 주장한다.

하지 만, 여러가지 여건의 불충분으로 인해 변신 전의 오리지널 배우들이 아닌 슈트 액터들만이 등장한 역대 라이더의 모습은 이미 너무나 늘어나버린 숫자 탓도 있었는지 '스트롱거'나 'ZX'에서 보여주었던 임팩트는 간데가 없었고, 그 한명 한명의 존재감도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이를 통해 역대 라이더 모두가 전세계에 흩어져서 대항해야만 했고, 마지막에는 그들의 힘을 모두 한곳에 모아야만 겨우 쓰러뜨릴 수 있는 크라이시스의 강대한 잠재력을 보여준다는 연출에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그마저도 마지막에 크라이시스 황제가 남긴 충격적인 대사에 의해 궁극의 정의를 상징하던 역대 라이더 집결의 의미마저 퇴색되는 씁쓸한 뒷맛을 남기게 되고, 결과적으로 이 'RX'는 단순히 명작이라고만 부르기에는 어딘가 평가하기 애매한 이색작으로 남게 되고 만다.

또 한, 이 RX에서 시작된 기존 '가면라이더' 작품의 패턴 타파가, '아기토' 이후의 가면라이더 시리즈에서 상업성과 영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면서, 결국 애초의 '가면라이더'가 갖고 있던 기본적인 정체성마저 부정해버린 결과에 이른 점은 이 작품이 남긴 커다란 아쉬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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