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 펌글입니다. -피임약에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서 쓰는 글
안녕하세요. 저는 외국 대학에서 reproductive biology를 전공했고, 현재 관련 직종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베스트에 콘돔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댓글을 보다가 피임약에 대해 잘못된 상식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이를 바로잡고자 글을 씁니다.
제
가 쓰는 내용은 현재 영미권 대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즉, 서양학계에서 가장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저 MonTar의 이름을 걸고 제가 아는 한 최대한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과학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작성하려고 노력하였으며, 피임약을 안전하게 고르고 또 사용하는데에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1. 피임약의 부작용
1-1. 피임약을 먹으면 암이 생기나요?
한마디로 그렇기도 하고 안그렇기도 합니다. 미국의 정부 기관 중 하나인 National Cancer Institute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http://www.cancer.gov/cancertopics/factsheet/Risk/oral-contraceptives)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와있습니다.
가. 피임약의 복용이,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서, 유방암의 위험을 약간 증가시킨다는 논문들이 있다. 그러나 유방암 발병 위험성은 피임약 복용을 중단한 후 10년이 지나면 정상범위로 떨어진다.
나. 피임약을 복용한 여성은 난소암과 자궁내막암의 발병확률이 낮아진다. 피임약 복용기간이 길수록 발병확률은 낮아진다.
다. 피임약의 복용과 높은 자궁경부암 발병 확률이 관계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성관계를 활발히 가지는 여성이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HPV에 감염될 확률이 높기 때문일 수 있다.
라. 피임약을 먹는 여성이 간에 양성종양이 생길 확률이 높지만 악성종양이 생길 확률도 높은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먼저 가를
살펴보죠. 피임약의 주성분 중 하나인 에스트로겐은 대표적인 여성호르몬으로 체내에서 유방세포분열을 활성화 시키고, 가슴의 성장과
발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세포가 죽어야 하는데 죽지 않고 계속 자라는게 바로 암이죠. 유방세포를 활성화 시키는 에스트로젠이
피임약에 들어있다보니 유방암이 발생활 확률도 자연히 많아지게 되죠. 하지만요. 아까 위에서 말한 NCI 홈페이지를 계속 읽다보면
피임약 복용을 중단한 후 10년후에는 유방암 발생률이 정상범위로 떨어지며 유방암을 가진 여성 중 피임약 사용을 10년 이상
중단한 여성의 암이 한번도 피임약을 복용한 적 없는 여성의 암보다 더 덜 발달해 있었다는 내용이 나와있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그 아래에 나와있는데요. 24세부터 43세의 여성 116,000명을 조사한 결과, 유방암 확률이 증가한 여성들의 거의 대부분은 한달동안 복용하는 호르몬의 농도가 세가지로 나뉘어 있는 약을 먹었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나와있네요). 시중에 나와있는 대부분의 피임약은 휴약기를 제외한 21개의 약의 농도가 일정하긴 합니다만, 선택권이 주어졌다면 피임약을 고르실 때 (의사가 따로 지시를 하지 않은 이상) 모든 약의 농도가 같은 약을 고르시길 권장합니다.
피
임약의 유방암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NCI와 달리, WHO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출처: Oral
contraceptives and neoplasia. WHO Scientific Group." World Health Organ
Tech Rep Ser 817 (1992): 1-46).
"많은 논문들이 경구피임약과 유방암의 관령성에 대한 관계를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Numerous studies have found no overall association
between oral contraceptive use and risk of breast cancer)".
"경구피임약을
오래 복용하는 것과 36세 미만의 여성에서의 유방암 발생과의 관계가 매우 약하다 (have found a weak
association between long-term use of oral contraceptives and breast
cancer diagnosed before the age of 36)"
등이 그것입니다.
옛날의 1세대 피임약들은 에스트로겐의 함량이 매우 높았는데요, 현재의 3세대 피임약은 한 알 당 에스트로겐 함량이 30 μg정도로 매
우 낮은 편입니다. 그에 따라 당연히 에스트로겐에 의한 부작용도 줄어들겠죠. 개인적으로 유방암 가족력이 없고, 주기적으로 유방암
자가진단을 하는 여성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개인의 판단에 맡기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쓰다보니 이제
하나 얘기 했는데 너무 길어져서 빨리 넘어가야겠네요;;) 중요한건 이 것 때문에 '피임약이 유방암을 유발한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아직 많이 논란이 되고 있는 주제이고, 정확히 어떤 관계가 있는지 파악이 되지 않았기에 섣불리 말하기엔 무리가 있어요.
나. "피임약을 복용한 여성은 난소암과 자궁내막암의 발병확률이 낮아진다. 피임약 복용기간이 길수록 발병확률은 낮아진다."....... 그렇다고 합니다. 좋네요.
다. 피임약 복용과 자궁경부암.
:
자궁경부암은 거의 대부분이 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HPV에 의한 감염으로 생깁니다. '다'에서 NCI가 하고 있는 말은 피임약을
먹고 성관계를 하는 여성이라면 콘돔을 끼지 않고 성관계를 맺는 횟수도 많을테니 HPV의 감염 확률이 더 높겠고, 이것 때문에 자궁
경부암에 걸릴 확률이 함께 높아지는건데 마치 피임약 복용이 자궁경부암의 위험을 높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얘기죠 (컴퓨터
게임을 많이 하면 그만큼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성적이 떨어지는 건데 컴퓨터 게임 자체가 성적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 자궁경부암이 걱정되신다면 HPV 예방주사를 꼭 맞으세요. 3회에 걸쳐 맞아야 해서 번거롭긴 하지만 HPV
감염확률을 현저히 떨어뜨립니다. 실제로 호주에서는 모든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HPV 예방접종을 무료로 시행하고 있어요. 몇년
전까지만 해도 여학생들한테만 했는데 (남자들은 HPV에 감염됐다고해도 자궁경부암 걸리는거 아니니까) 이제는 전체적인 감염율을
낮추기 위해 남학생들도 접종을 한다고 합니다.
라. 간
에 종양 생긴다는 얘기는 사실 저도 잘 못들어본 얘기라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모르긴 몰라도 악성종양의 위험성과의
관계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하고, 양성종양이 생기더라도 제거해서 치유할 수 있고, 대게 생명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으니 개인적으로는
'라'때문에 피임약 복용을 꺼리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이 됩니다.
기타
피
임약의 또다른 부작용 중 하나가 혈전이 생기는 것입니다. 혈액이 혈관 안에서 굳는거죠. 왠만한 사람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겠지만 혈전형성 억제에 문제가 있으신 분들은 다른 피임방법을 의사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 찾으시길 권유합니다. 피임약 복용을
하다가 숨을 쉬기 힘들다거나, 가슴에 통증이 생긴다거나, 갑자기 다리가 비정상적으로 붓는다거나 하면 꼭 병원에 얼른 가셔야
합니다.
1-2. 피임약을 먹으면 붓나요/살찌나요/여드름 생기나요?
답: 붓기도 해요, 살찌기도 하고 여드름 생기는 사람도 있다는데 그런 사람 많이 없고 그런 부작용 생기면 약을 끊거나 바꾸면 돼요. 먹기전에 걱정하지 마세요.
에스트로겐이 신체에 나트륨을 더 저장하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에 체수분이 조금 증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뇨가 있거나 혈압이 높은 분들은 꼭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엄청 부을까봐 걱정하시는 분 계실텐데 그런건 아니에요.
살은 그대로인 사람이 대부분이고, 찌는 사람있고 빠지는 사람 있다고 합니다. 여드름도 그대로인 사람, 생기는 사람 있고 없어지는 사람 있대요.
너
무 대체적으로 말씀드리는 것 같아서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리자면요, 저는 약을 먹는 동안과 휴약기의 몸무게차이가 1kg정도
되더군요 (당연히 약먹을 때 체수분이 더 많으니까 휴약기일 때 -1kg이겠죠). 어느정도의 느낌이냐면, 약을 먹지 않는
자연상태에서도 생리주기에 따라 몸이 좀 부을때가 있고 붓기가 쫙 빠져서 예뻐질 때가 있잖아요? 그정도의 차이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몸무게는 달라지지 않았고, 여드름은 원래 평생 안나서 잘 모르겠네요.
만약에 엄청 붓는다! 여드름이 막 생긴다!! 살이 찐다!!!! 하시면 약이 안맞는거니까 약을 바꾸거나 끊으시면 금방 제자리로 돌아올겁니다. 평생 계속 그러는거 아니니 이정도의 작은 부작용은 크게 걱정 안하셔도 된다고 생각해요. 의사/약사선생님이랑 잘 상의해가면서 본인 몸에 맞는걸 고르시는게 중요합니다.
피
임약을 처방전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국가에 가서 의사한테 약을 달라고 하면 그냥 처방전을 써주는게 아니라 혈압도
재보고, 유방암 가족력은 없는지 확인하고, 유방암 검사를 마지막으로 받은게 언제인지, 피임약을 먹어본 적이 있는지 등등을 자세히
물어보고 써줍니다. 모든 다른 약이 그렇듯이 피임약도 부작용이 있으니 본인이 피임약을 먹을 때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고 위험군이 아닌지 (고혈압, 당뇨 등등) 등을 꼼꼼히 고려해 보셔야 합니다.
이렇게 많은 부작용을 소개해 드리면서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모두 아시겠지만 세상에 모든것은 부작용이 있다는
것입니다. 물도 너무 마시면 신장에 무리가 가고, 숯불에 고기를 구워먹어도, 술을 구워 먹어도 암 발생 확률이 높아지죠.
피임약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편리함을 고려해서 본인이 복용을 할 지 말지를 알아서 결정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걱정하지 말고 복용해도 된다는 의견입니다)
2. 피임약만 먹어서 피임이 되나요?
드디어 2번으로 넘어왔네요. 답은 모두 아시겠지만 완전한 피임법은 없죠. 지금까지 알려진 피임법 중에서 정관수술, 호르몬이식, 자궁삽입기구 (IUD)와 같이 시술이 필요한 피임법들을 제외하면 경구피임약이 가장 피임확률이 높습니다. 확률은 자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99%라고 하죠.
피임약을 먹어도 임신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는 하는데 그런 경우를 잘 살펴보면 상당수가 피임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았던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흔한 경우가 항생제나 해열진통제와 같은 약을 피임약과 함께 먹은 경우인데요. 피임약 복용중에 다른 약을 복용하게 되면 약사분께 꼭, 피임약과 함께 복용가능한지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전혀 상관 없을 것 같은 약들도 혹시 모르니까 물어보세요. 물어봐서 나쁠건 없잖아요?
제 시간에 약을 먹지 않거나 구토로 약을 토해냈을 경우도 많이 보이는데요, 피임약을 먹었다고 하더라도 5시간내에 구토나 심한 설사를 했다면 약을 안 먹은 것과 같아 바로 약을 한 알 더 드셔야 합니다. 또한, 휴약기 이후 제일 첫번째 약은 절대 늦게 드시면 안돼요. 이 때를 놓치면 배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다음 주기까지 다른 피임방법을 함께 사용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피
임약이 어떤 원리인지를 알면 이걸 제대로 먹으면 임신이 절대 안되야 하는게 맞고, 실제로 주위에 피임약을 장기적으로 복용하는
친구들을 봐도 피임약을 먹고 임신한 사람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어요 (물론 제가 못들어봤다고 없는게 아니겠지만요. 정말 궁금해서
그런데 주변에 제시간에 딱딱 맞춰서 복용하고 설사/구토도 안하고 다른 약도 복용 안했는데 임신하신 분 있으면 제보 좀 해주세요.
정말 가능한가 알고 싶어요). 그래서 제가 피임약 먹고 임신이 된 경우가 진짜 있나 네XX에 열심히 검색을 해 봤는데요, 많이
보이는 경우는 휴가를 간다고 생리 시작 후 3~4일이 지났을 때부터 피임약을 복용하기 시작한 분들(이미 배란이 진행되어 있을 수 있음), 휴가가 끝났다고 바로 피임약 복용을 중단한 분들(정자가 아직 살아있는데 배란이 될 수 있음)이 있었어요. 중간에 몸이 쉴 시간을 줘야 좋다고 피임약 두세달 먹다가 한달 안먹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피임효과를 높이려면 꾸준히 복용하라는대로 복용하는게 더 좋습니다.
피임약이 독극물도 아니고 해독안하셔도 됩니다. 실제로 미국에는 4년 쯤 전에 일년 365일 휴약기 없이 매일 호르몬을 복용하는
피임약이 출시되었어요. 휴약기를 안가짐으로써 인위적으로 생리를 안하게 만든다는건데 이게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제가 잘
몰라서 이것도 괜찮냐고 물어보시면 사실 잘 모르겠네요.
3. 피임약을 먹다가 아기를 가지고 싶으면 몇달동안 쉬어야 된다던데?
전
혀 상관 없습니다. 임신인지 모르고 피임약을 먹었다고 하더라도 아이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이를 가지려고
피임약 복용을 중단했을 경우, 첫 생리까지는 다른 피임방법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기도 하는데요, 그 이유는 피임약이 아이에게
해로워서가 아니라 나중에 출산 예정일을 계산할 때 마지막 생리일을 알아야 계산이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피임약 복용을 중단하고 아직
생리를 안했는데 임신을 했다!! 축하드립니다 :D
4. 피임약과 콘돔
콘
돔은 피임법으로는 부족할지 모르지만 성병예방으로는 아주 적합하죠. 새로운 파트너와 관계를 맺게 되면 꼭 콘돔을 사용하시길
권장드립니다. 이게 우리나라에는 없는 문화인 것 같은데, 외국의 경우 조심성이 많은 사람들은 장기적인 파트너가 생기면 성병검사지를
교환하고 콘돔 사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서로 질병이 없는 것도 확실히 알았고, 피임은 피임약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이
되니까 확실히 즐기자는 거죠 ㅎㅎ 정~말 피임약만 사용하는게 불안하시면 콘돔도 같이 쓰시면 더 안전하긴 하겠죠 ㅎㅎ 그것도 본인의
판단이지만 확실한건 임신을 원하지 않을 경우 적어도 하나의 피임방법은 사용해야 한다는거겠죠?
5. 피임약의 장점
장점으로 시작한다는걸 깜빡하고 안썼네요... 장점은 콘돔을 안써도 되고, 생리주기 조절이 가능하고, 생리통 완화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피가 지나치게 많이 나는 경우 피임약 복용 후 이 증상이 완화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6. 피해야 할 음식?
몇몇 사람들이 피임약 먹을 때 자몽이나 석류를 먹으면 안된다, 술을 마시면 안된다 그런 얘기를 하시던데 전혀 상관 없습니다. 라고 아까 썼는데 초궁극미남님께서 자몽은 먹으면 안된다고 친절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검색해 보니 그렇네요. 왜 몰랐을까요. 여러분 자몽은 안된다고 합니다. 자몽은 안돼요. 잘못된 정보로 글써서 죄송합니다. 다른 약 드실때만 주의하세요.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약 복용후 토하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 한약은 제가 사실 잘 모르겠는데 한의사분께 물어보시면 알아서 해주실 것 같습니다.
어휴... 평생 이렇게 긴 글을 인터넷에 써 보는건 처음인 것 같네요.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요, 부족한 점이 있다면 지적해 주시거나 더 궁금하신 것 있으면 질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몽
자몽은 간에서 생산하는 해독 효소인 CYP3A4와 상호작용하는데 에스트로겐도 CYP3A4와 상호작용하므로 자몽과 호르몬제를 함께
먹으면 부작용 위험성이 증가합니다. 에스트로겐 외에도 CYP3A4와 상호작용 하는 약물들이 제법 있어서 약 먹는 동안에는
자몽주스를 먹지 말라고 주의문구가 써있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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