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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춘곤증. 황사와 더불어 봄의 불청객이다. 일반적으로 1~3주가 지나면 춘곤증은 저절로 사라진다지만 시도 때도 없이 몰려드는 낮잠은 참기 힘들다. 춘곤증은 계절의 변화를 신체가 따라가지 못해 일시적으로 생기는 생리적 부적응 현상으로, 일종의 계절병이다.

그러나 봄에만 생기는 춘곤증과 달리 계절에 상관없이 늘 잠을 많이 자도 졸리고, 아무리 저녁 일찍 잠을 청해도 아침에 일어나기 힘겨운 사람들이 있다. 아시아 수면연구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대만, 필리핀, 태국 등 아시아인 44%는 아침에 깬 뒤에도 졸리고, 60% 이상은 점심때면 졸리는 것이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 되고 있다고 한다. 왜 그럴까.

사람은 누구나 생체리듬을 갖는다. 하루 24시간을 주기로 정해진 리듬에 따라 자고, 일어나고, 먹고, 배설하며 살아간다. 인체는 그런 주기에 따라 호르몬을 분비하고 체온을 유지하며 감성과 인지기능을 작동시킨다. 이런 일정한 리듬을 살려내는 활동은 체내의 생체시계 때문이다. 밤이 되면 졸리고 아침이 되면 깨는 것 또한 생체시계가 우리 몸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에 따라서는 밤늦게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는 대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 시끄럽게 울어대는 휴대전화 알람 소리를 꺼버리고 다시 잠에 취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있다. 또한 저녁에 일찍 자도 아침에 깨기 힘든 사람도 있다. 이것은 생체시계가 자신의 생활 유형에 아직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녁에 일찍 자도 아침에 깨기 힘든 사람은 자신의 생체시계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데 맞춰져 있기 때문일 수 있다.

또한 일상생활 패턴이 개인의 수면시간과 잘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직장인의 경우 근무시간이 일러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거나, 학생의 경우 수업 시작 시간이 빨라 밀려오는 졸음 때문에 학습 효율이 올라가지 않는 것은 자신의 활동시간과 생체시계가 어긋나 있기 때문이다. 수면장애 전문가인 뉴욕의 진 매트슨 박사에 따르면, 인간의 선천적인 생체리듬은 일상생활의 일과와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처럼 생체시계와 일상생활 패턴이 일치하지 않는 현상을 ‘수면위상지연 증후군 (Delayed Sleep Phase Syndrome, DSPS)’이라고 한다.

수면위상이란 하루 중 잠을 자는 시기다. 보통 사람은 11시경에 취침하여 다음날 7시경에 일어난다. 하지만 수면위상이 지연된 사람은 밤 1~2시가 되어야 잠에 들고, 아침에 깨기가 매우 힘들다. 취침시간이 늦어지면 리듬 자체가 깨질 수 있다. 1시경 잠이 들어 오전 9시에 일어났을 때 외형상 수면시간은 8시간이지만, 중간에 햇빛이 숙면을 방해하기 때문에 잠의 질이 떨어지고 실제 수면시간도 5∼6시간에 불과하다. 잠을 많이 자도 졸리는 경우 또한 밤에 코를 심하게 골거나 하여 대부분 수면의 질이 나쁜 게 원인이다. 숙면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무리 오래 자도 피로가 풀리고 않고 기억력이 떨어지며 신경이 예민해진다. 반대로 수면위상이 너무 빨라지면 저녁부터 졸리고 새벽에 너무 일찍 깨게 된다.

일반적으로 생체시계는 뇌의 시상하부에 위치하는 교차상핵에 의해 조절된다. 교차상핵의 내부는 약 1만 개의 신경세포로 가득하다. 이 1만 개의 신경세포 하나하나가 대략 24시간 주기로 변화하는 전기신호를 내보낸다. 즉 1만 개의 세포가 모여 우리 몸 전체 세포의 시간을 제어한다. 시상하부 교차상핵은 우리 몸의 생체시계를 깨우는 환경요인에 반응한다. 가장 대표적인 환경요인은 아침 햇살이다. 시신경으로부터 들어온 빛의 정보에 기초해서 약 24시간의 생체리듬을 꾸준히 만들어낸다.

아 침에 눈을 떠 눈이 햇빛을 인식하면 생체시계는 이것을 아침 시보(時報)로 받아들인다. 이때부터 몸이 12시간 정도 활동모드를 유지하고 혈압이나 체내 온도가 올라간다. 그리고 이 생체시계 탓에 낮과 밤의 구분이 몸 안에서 자연스레 일어난다. 빛은 생체시계를 재설정한다. 그래서 시간대가 다른 나라를 가면 생체시계가 새롭게 맞춰질 수 있다. 이외에도 계절에 따른 온도변화도 생체시계를 깨운다.

그렇다면 ‘밤형’ 생활 사이클을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으로 바꾸어 부지런한 사람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 쉽지는 않겠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가능성은 있다.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중, 주말 모두 항상 일정한 시각에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중요하다. 만일 평일에는 아침 일찍 일어났다가 일요일 아침은 늦게까지 잠을 자게 되면 주중의 수고가 물거품이 된다. 생체시계가 느려져 신체가 다시 과거 상태로 돌아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월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한층 힘들어진다. 특히 휴일의 낮잠은 더욱 그러하다. 오후 3시가 지나서 낮잠을 자면 야간 수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월요일뿐 아니라 휴일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고 싶다면 전날 밤에 빨리 자는 것보다도 전날 아침에 빨리 일어나 생체시계를 재조정해 둬야 한다.

우리 생체시계는 눈을 뜨고 아침 햇살을 인식한 시간부터 14~16시간 뒤에 잠이 오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면 잠을 잘 잘 수 있다. 오전에 햇볕을 쬐면 생체시계의 바늘을 빨리 가게 할 수 있다. 그 수정 능력은 강한 햇빛일수록 효과가 크다. 반대로 오후 특히 저녁때부터 밤까지 쬔 빛은 생체시계의 바늘을 느리게 가게 한다. 햇빛의 수정 효과는 오전에 생체시계를 빨리 진행시키는 작용보다 오후에 지연시키는 작용 쪽이 더 강하다. 따라서 저녁 시간에 컴퓨터 화면이나 텔레비전, 스탠드 조명 등의 빛을 접하게 되면 뇌가 낮으로 착각하여 쉽사리 잠을 청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므로 밤형을 아침형으로 바꾸고 싶다면 오전 중에 강한 빛을 계속 쬐면 된다.

월요일 아침, 상쾌한 기분으로 한 주를 시작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눈을 뜨자마자 몸에 아침 신호를 보내 생체시계를 고쳐 나가자. 우선 커튼을 젖히고 방안 가득 들어오는 밝은 햇볕을 쬐어 몸에 ‘아침의 신호’를 될 수 있는 한 많이 보내자. 햇볕에 반응한 생체시계가 지구의 자전주기에 맞춰 활동을 시작할 것이다.

‘째깍, 째깍’ 당신의 생체시계는 지금 몇 시 몇 분을 가리키고 있는가!

* 출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KISTI의 과학향기(http://www.yeskisti.net/yesKISTI/Briefing/Scent/index.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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